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아이디어 공모

Competition (5th prize)

 

3.1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년이 흘렀다. 이 기념관은 대한민국의 독립과 그로인해 희생된 애국선열지사를 기리면서 그 정신을 후대에 전하고, 기억하는 공간이다.
우리는 이 기념관이 특정한 대상에만 국한되지 않고, 임시정부에 참여하거나 관심을 보인 모든 국민과 앞으로 대한민국의 주권을 이어나갈 현재의 국민 모두를 기념하는 공간이길 바란다. 그렇기에 저희는 기념관을 특정한 의미와 형태를 부여하지 않은 ‘추상의 공간’으로 제안한다.
일반적으로, 기념관은 기념하고자 하는 대상에 특정한 의미와 형태를 부여하고, 이를 단순히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념관은 상징적인 기념물 대신, 기념관 내에서 관람객의 경험과 추상의 공간이 어우러지는 것이다. 관람객이 수동적인 구경꾼이 아닌 의미 창조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연한 장소를 만들어주는 것이 임시정부를 기념하는 바람직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제안 
우선, 기념해야할 대상과 기념의 방식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새 기념관은 시대적 사건과 몇몇의 개인을 기념하는 행위를 넘어서 포괄적인 기념을 추구하는, 보편적 기념과 추모의 공간이어야 하며 이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신념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기념관이 위치할 도시적인 맥락과 장소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독립문과 서대문 형무소를 잇는 방향성은 자연스럽게 대상지까지 연계될 수 있다.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구조의 연결이 아닌 근대와 현재를 가로지르는, 역사와 문화를 연결하는 연결체로서의 기념관을 위하여 서대문공원에서 새로운 기념관까지, 일련의 시퀀스를 계획한다.
마지막으로 기념관을 무엇보다도 기념관답게 만드는 것은 관람객이 체험하는 분위기와 마음가짐일 것이다. 이는 기념할 대상을 상기시키는 건축적 매개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추상의 공간을 통해 관람객이 스스로 참여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기념관을 만들고자 한다.

임시정부기념관이 하나의 의미를 가진 상징물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강제되지 않은 비워진 공간을 통해 관람객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공간이기 보다는 관람객 스스로 생각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우리가 제안하는 기념관은 중심 공간을 비워둠으로 내부 기능에 따라 여닫힘이 다양하게 변화하며, 어둡고 극적인 공간연출 보다는 7개의 상자 속에 밝고 다양한 내부 공간을 가진 기념관이다. 이를 통해 관람객이 스스로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념관을 제안한다.

SITE
대상지는 광역배치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서대문 독립공원의 북쪽 끝, 안산 자락의 한쪽 끝에 자리하고 있다. 독립문역 사거리에서 보면 하나의 도시적 축의 끝에 대상지가 위치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두 개의 방향성을 설정한다. 하나는 기념의 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진입의 축이다. 이렇게 설정된 도시적인 축을 적용하여 무리하게, 물리적으로 연결을 하지 않고, 최소한의 장치와 동선으로 기념관까지 자연스럽게 연계되도록 계획한다.
서대문역사공원에서 이어지는 기념의 축이 기념관과 이어지도록 전면에 마당을 배치하고, 후면에는 기존 산책로와 연결되는 보호수 주변에 사이마당을 계획하여 레벨 차이가 나는 두 진입공간을 연계시킨다. 그리고 그 사이에 교육 및 아카이브 시설을 배치하여 공공의 이용성을 고려한다.

추상의 공간
'추상'적 공간의 중심에는 ‘글래스 메모리얼 홀’이 있다.
이 다목적 공간은, 정해지지 않은 불확정성의 공간이다. 공간을 강제하지 않고 비워둠으로써 사용자가 스스로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이곳은 조용히 선조들을 만나는 장소임과 동시에 다양한 기능을 소화하는 훌륭한 공연장이 되기도 한다. 빈 공간은 주변에 기능을 배치함으로써 만들어 지며, 이는 주변의 프로그램과 유동적으로 연계하여 기능할 수 있다. 이 공간의 특징 중 하나는, 공간을 구성하는데 사용한 ‘유리블럭’이다.
유리블럭은 빛을 투과하거나 반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투명, 반투명 혹은 불투명해 보이기도 하는 중간적 위치를 가진 재료이다. 또한 유리블럭은 쌓는 방식을 통해 공간을 구축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빛을 내뿜고 반사함으로써, 장엄하거나 엄숙하면서도 밝은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의적 의미로서 ‘추상의 공간’에 적합한 재료라 생각한다.

형태, 물성
기념관 건축은 기념을 위한 엄숙한 공간이자, 공공에 열린 공공건축으로서의 이중적인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새 기념관은 이 두 가지 기능이 적절히 작동될 수 있도록, 하부는 공공에 열려있고, 상부는 이와 대비되는 육중한 검은색 덩어리로 계획한다.
블랙이라는 색상 자체가 장엄함이나 죽음을 상기시키기도 하지만, 글래스박스와 명확한 대비를 이루며, 그 고유의 물성으로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재료로 사용하였다.
외부에서 도드라지는 또 다른 재료는 중심부의 유리블럭인데, 이 글래스박스를 통과한 빛은 시간과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각기 다르게 반사되어 모든 사람에게 다르게 비춰질 것이다. 또한 밤에는 조명과 함께 서대문독립공원을 찾은 이들에게 빛을 밝혀줄 것이다.

기념을 위한 의식_시퀀스
대상지 부근에는 각각 다른 방식의 기념공간이 순차적으로 나열되어 있다. 독립문처럼 과거의 흔적을 옮겨 그대로 남겨놓은 경우도 있고, 대상의 상징물을 만들거나 복원한 것도 있다.  우리는 이 기념의 순서를 포용하고, 현대에 변화하는 기념의 방식을 수용하여 관람객의 동선을 구성하고자 한다.
관람객의 제의 의식은 독립문에서 시작한다. 서대문 형무소의 붉은 담장을 따라가다 맞이한 검은 벽은 새 기념관 방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벽은 모든 시민에게 열린 마당과 로비를 지나, 추상의 공간에 닿는다. 전시를 모두 보고나면, 글래스 박스의 중간에 걸려있는 ‘추념의 계단’으로 이어지는데, 이 긴 동선은 현실과 과거의 전이공간이자 매개공간이 되며, 그 끝엔 지금까지의 여정을 뒤돌아보고 홀로 대한민국을 마주할 수 있는 전망대에 닿게 된다. 여기엔 관람객의 역할만이 남는다.
서대문역사공원으로 대표되는 집단적이고 구체적인 기념의 형태가 점점 개인적이고 추상적인 기념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시퀀스를 통해 보편적이며 개별적인 추모의 공간을 의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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